"심리 상담받는 친구도 있어요"…외국인 유학생 '코로나 블루'

외국인 유학생 16만명…한국 생활 제한적이고 고국 돌아가기도 어려워

텅 빈 대학교정
텅 빈 대학교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교 캠퍼스·카페 정도로 행동반경이 줄었는데 이젠 카페도 제대로 못 가네요. 주변에 우울하다며 심리상담을 받는 동료 유학생도 있어요."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스위스 출신 니콜 첼레리노(24)는 지난 2월 입국 당시 학업과 병행할 일자리까지 알아보고 한국에 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채용 취소를 통보받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업이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돼 대학원 동기들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입국 당시 기대대로 한국을 여행하기는커녕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시행 이후로는 카페조차 못 간다며 "장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방학을 틈타 고국에 다녀오기도 어렵다. 2주간의 의무 자가격리 기간과 여러 불확실성 때문이다. 첼레리노는 "크리스마스에는 스위스에 다녀올까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고 자가격리의 부담도 커서 한국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물품 전달받는 외국인 유학생
자가격리 물품 전달받는 외국인 유학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단절감·외로움·불안 호소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16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대부분은 국내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 사회적 단절이 우려된다.
독일 출신 A(25)씨는 "부모님이 여름에 한국에 오시기로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취소했고,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내가 독일에 가려고 했는데 한국 재입국 시 자가격리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한국에선 다른 나라들과 달리 사회가 마비될 정도의 강력한 통제조치는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학원과 집으로 동선이 한정됐다. 무너진 일상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기약이 없어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미국인 유학생 B(23)씨는 "친구들과 모여 놀지도 못하고, 식당이나 카페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데 학교까지 비대면 수업을 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홍콩 출신 반모(21)씨는 "약 2주 전 후두염 때문에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었는데 광화문 집회로 인한 확진자가 늘어나던 시기라 불안했다"며 "가족과 떨어져 홀로 외국에 있는데 코로나19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막막하고 무서웠다"고 했다.
자가격리 해제된 중국인 유학생
자가격리 해제된 중국인 유학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로 외국인에 부정적 인식 퍼져…"내 옆에 안 앉으려 하더라"
코로나19 확산 이후 번진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유학생들의 고충을 더하고 있다.
B씨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당시에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이 내 옆에 앉지 않으려 한다고 느꼈다. 그때는 상당히 스트레스였다"고 토로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이모(2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지는 않았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게 다 중국인 때문'이라는 말에 상처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류모(19)씨도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해한다"면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씨는 "한국의 법과 규칙을 존중하면서 내 생활을 잘 지켜나가면 언젠가 그런 인식도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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